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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서 살아남은 가게들은 절대 말 안 해주는 그 비법, 나만 아는 게 억울해서 푼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딱 7개월 만에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주변에서만 14곳이 사라졌다. 그중 8곳은 오픈한 지 1년도 안 됐다. 나는 이걸 발품 팔아 직접 확인했다. 망한 가게들 전단지 수거함 뒤지는 게 취미라서가 아니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답답해서였다.

## 단골이 원가 계산을 시작한 이유

때는 2023년 2월. A라는 바비큐 집이 문 닫은 날이었다. 나는 그 집 단골이었다. 정확히는 그 집 파인애플 하이볼의 단골이었다. 한 잔에 12,000원. 사장이랑 친해지고 나서 몰래 메뉴 원가를 알게 됐는데, 파인애플 주스 한 캔에 1,200원, 술 베이스 800원, 거기에 얼음이랑 장식용 파인애플 조각 넣어서 원가는 2,500원이 안 됐다. 사장은 그걸로 9,500원을 남겼다. 나는 괜찮았다. 분위기값, 서비스값, 그 언니의 미소가 포함이니까.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하이볼에 파인애플 조각이 사라졌다. 다음엔 잔 크기가 작아졌다. 그다음엔 얼음 비율이 늘었다. 가격은 그대로 12,000원. 원가 절감의 3단 콤보가 정확히 3개월 간격으로 진행됐다. 폐업하기 2주 전 마지막으로 갔을 때, 그녀는 "요즘 손님이 너무 없어요"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하이볼에 파인애플이라도 다시 넣어보지 그랬냐고.'

이게 2023년 홍대 폐업의 본질이다. 통계가 아니라, 내가 마시던 술잔 속에서 증발한 파인애플 조각 하나가 답이었다.

## 살아남은 곳들의 반격: 원가를 올렸다

망한 14곳은 하나같이 원가 절감 레이스에 돌입했다. 2023년 초부터 물가가 미쳐 날뛰니까 이해는 된다. 하지만 살아남은 6곳은 정반대를 선택했다. 그들은 원가를 올렸다. 미친 것 같지? 그렇게 보이지만, 이게 통념과의 싸움이다.

내가 아는 살아남은 바이브로 가게 '재미공작소'. 여기는 2023년 5월에 전 메뉴 가격을 15% 올렸다. 대신, 전에 없던 시그니처 칵테일을 두 개 만들었다. 하나는 유자차를 담금주로 써서 만드는 하우스 하이볼, 다른 하나는 홍대 교미터를 각얼음 대신 사용해 녹아도 맛이 안 변하는 냉커피. 원가? 올랐다. 유자차 담그는 데만 한 병에 18,000원 들었다. 하지만 이 두 메뉴가 전체 매출의 40%를 만들었다.

통념은 이렇다. '불경기엔 아껴야 한다.' 반례는 이거다. '불경기에는 남들이 안 하는 데 돈을 써야 기억된다.'

## 결국은 '기억되는 맛'의 유무

폐업한 14곳 중 11곳은 내가 2주 뒤에 뭘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난다. 살아남은 곳들의 특징은 명확했다. 딱 하나, '이 집에만 있는 것'이 있었다. 메뉴판에 프랜차이즈처럼 적힌 '레몬 하이볼 8,000원'이 아니라, '여름에만 만나는 수박 냉면 14,000원' 같은 거.

내가 원가 계산을 하면서 깨달은 건, 손님은 싼 걸 원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합리적 소비를 원한다. 12,000원짜리 하이볼에 2,500원 어치치 재료가 들어가도, 거기에 파인애플 한 조각이 있고, 잔이 적당히 차갑고, 음악이 너무 시끄럽지 않으면 '이 정도면 괜찮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파인애플이 사라지면, 그 순간부터 나는 2,500원짜리 음료에 9,500원을 더 내는 내가 바보 같이 느껴진다는 거다.

이걸 논문 용어로는 '가치 지각의 임계점 붕괴'라고 부른다. 사실 내가 방금 만든 말인데, 위키백과 마케팅 정의를 보면 마케팅은 결국 '소비자의 지각 가치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나온다. 홍대에서 망한 14곳은 이 지각 가치를 관리하지 못했고, 산 곳들은 이걸 '가격 인상'이라는 역발상을 통해 강화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요즘 특정 업종들은 이런 로컬 전략을 공식 가이드 채널에서 비공개로 공유하고 있더라. 마치 비밀 클럽 같다. 내가 파인애플 조각 하나로 깨달은 걸, 걔들은 이미 2019년부터 데이터로 돌리고 있었다.

이제 당신이 뭘 할 차례인지 말해줄게. 만약 지금 뭔가를 운영 중이라면, 이 세 가지만 확인해봐:
- 내 가게에 '이걸 빼면 우리가 아닌' 공식이 하나라도 있는가?
- 지난 3개월 동안 원가 절감을 했는가, 아니면 가치 추가를 했는가?
- 내 단골이 내 메뉴 원가를 계산해도, 그래도 올 만한 이유를 내가 만들었는가?